아무거나/진짜 아무거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톰거봉 2023. 5. 2. 16:40

사랑하는 꾸가 준 책을 요즘 간간히/열심히 읽고 있다. 내용을 계속 곱씹게 되기도 하고, 느낀 것을 삶에 녹여내려 노력하게 되고, 또 내가 막연히 생각 해오던 것들에 대해 문자로 잘 풀어내준 책이라고 생각해서, 파편화 된 생각일지라도 조금이나마 기록해보려 한다.

1. 에고를 깨닫고, 알아차리고, 관찰하기: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깨달음, 알아차림의 힘이 정말 크다는 것을 언젠가부터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대신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나를 가만히 관찰함으로써 에고로부터 나를 조금이라도 분리해내면, 사건과 현상과 감정들에 더이상 파묻히지 않게 된다.

관련된 좋은 시청각 자료들 (저자 강연 + 책 리뷰 영상)

귀엽고 아름답고 넘 좋은 댓글도 발견했다. mental pushups! 💪

2. 모순된 욕망

반면에 대부분의 에고는 모순된 욕망을 갖고 있다. 다른 시간에는 다른 것들을 원하거나, 혹은 지금 있는 것, 즉 현재의 순간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불안, 초조, 권태, 근심, 불만족은 이루어지지 못한 욕망의 결과이다.

현재의 순간을 원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돌아보다 보니 조금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평일엔 권태감과 지루함에 하루 빨리 책상을 떠나길 원하고, 이틀 밖에 없는 주말에는 알 수 없는 불안과 초조함에 사로잡혀 (보통은 따라와주지 않는 내 의지력을 원망하며) 정신을 책상 근처에 가둬 두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에, 당장 눈 앞에 있는 것 빼고 모든 것에 더 극진하게 에너지를 쏟아 부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이걸 이룰 수 없는 짝사랑 같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모순된 욕망이라고 정의내려 주는구나. 

3. 분함. 내 에고를 강화시키고, 타인을 낙인찍는 것

분함은 불만과 함께 따라오는 감정이자 사람들에게 마음속 분류표를 붙이는 일이며, 이것은 에고에게 더 많은 에너지를 보태 준다. 분함은 억울해하고, 분개하고, 자신이 부당하게 상처받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의 탐욕, 부정직, 진실성 부족, 현재 그들이 하고 있는 짓과 과거에 한 것, 그들이 말한 것, 그들이 하지 않은 것, 했어야 하며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등에 대해 계속해서 분개한다. 에고는 그것을 매우 좋아한다. 에고는 다른 사람들의 무의식을 눈감아 주지 않고 그것을 아예 그들의 정체성으로 만들어 버린다.

내 에고가 내가 되는 것을 경계 하듯, 타인의 에고를 그의 정체성과 동일시하는 것도 경계하기.

4. 성찰이 부족한 나 

누군가에게 실수와 부족한 점을 말해주어 바로잡는 것과 불만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불만을 품지 않는 것이 반드시 나쁜 품질이나 악한 행동을 참고 견디는 것은 아니다. 수프가 식었기 때문에 종업원에게 따뜻하게 데울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에고가 아니다. 사실만을 말하기 때문이며, 사실은 언제나 중립이다. "어떻게 나한테 다 식어빠진 수프를 갖다 줄 수 있지?" 이것은 불만이다. 여기에는 '나한테'라는 의식이 있고, 식은 수프에 개인적인 모욕을 느껴 소란을 피우는 '나, 누군가가 잘못되었다고 만들기를 즐기는 '나가 있다. 이 불만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에고를 기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 에고가 (니) 에고에게 화가 났을 때 대처하기가 아직은 조금 어렵다. 다른 사람의 에고를 "진짜 그들"에서 분리시켜 생각하려다가도, 그들이 에고에 잡아 먹혀있으면 동일시 해도 되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에고가 화가 나서 에고에게 뭐라고 하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싶고, 결국 에고든 정체성이든 뭐든 몸뚱이를 움직이고 먹이고 번식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면 에고니 깨어있는 의식이니 가리지 말고 내 몸뚱이에 해를 끼치는 것에는 어느정도 동물적으로 반응해야 자연의 법칙대로 사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까지 미친다. 만약 양아치 에고와 함께하는 누군가가 골목길에서 지나가는 나를 갑자기 한 대 치면, 불만을 가지지 말고 사실만을 이야기해서 그에게 시정을 요구해야 되는 건가? 노답에고에는 노답에고로 맞대응하여 에고끼리 해결하도록 하면 안되나? 흠 모르겠다. 좀 더 성찰해야겠다.

 

뜬금 없지만 요즘 밤에 한 잔씩 마시는 와인이 너무 좋다. 사진은 와인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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